[Trend Pick] 2월 3주 차 크리에이터 트렌드
오늘도 ‘크리에이티브'를 찾아 인터넷 세상을 어슬렁거리고 있나요? 눈이 빠져라 서칭하지만 써먹을 만한 정보를 찾기 너무 어렵죠. 요즘은 뭐가 핫할까? 떠오르는 트렌드는 뭘까? 다른 크리에이터들은 뭘 하고 있지? 궁금해하는 크리에이터님의 손품을 덜어주고자 마플샵 에디터 애디가 준비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굿즈와 크리에이터에 관한 최신 트렌드! 수요일에 찾아올게요.
이제 핫하다고 말하기도 입 아픈 아이돌이 있죠. 바로 뉴진스예요! 뉴진스가 처음 나왔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어디서 이렇게 깜찍하고 청초한 아이들이 나타났을까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사실 뉴진스는 갑자기 뿅 튀어나온 게 아니에요.뉴진스는 민희진 대표(하이브 소속 어도어 레이블의 대표이사)가 20년 동안 쌓아 온 경험과 철학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어요. 민희진 대표는 이전에 SM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소녀시대, 엑소(EXO), 에프엑스(f(x))의 디렉팅을 담당했었답니다.
저는 궁금해졌어요. ‘대체 뉴진스를 만든 사람의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 그래서 민희진 대표의 인터뷰 여섯 개를 읽고 크리에이터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요약해 보았답니다! 트렌드나 콘텐츠와 관련된 배울 점이 많으니 요약본을 읽고 관심이 생기신다면 전문도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글 아래에 링크를 첨부해 두었어요.)
01_늘 잘되는 콘텐츠란 없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기 때문에
SM에 다니던 민희진 대표는 퇴사 후 ‘어도어(ADOR)’라는 개인 레이블을 만들었어요.주류 시장에 없던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민희진 대표는 ‘이런 게 정답이야', ‘K팝에는 이런 게 먹혀' 라는 이야기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성공 공식이라는 게 있다면 모든 아이돌이 성공했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민희진 대표는 스스로를 ‘공식을 깨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해요. 이는 민희진 대표의 트렌드 철학과도 연결돼요. 민희진 대표는 트렌드를 ‘정반합'으로 설명해요. 정반합에서 ‘정(正)’은 기존부터 유지되어 오던 상태를 말해요. ‘반(反)’은 ‘정’과 상반되는 새로운 상태를 말하죠. 그리고 ‘정’과 ’반’을 적절히 취사선택해 탄생한 상태가 바로 ‘합(合)’이에요.
뉴진스로 정반합을 설명해볼까요? 90~00년대에 핑클, SES 같은 청순한 걸그룹이 ‘정'이었을 때가 있어요. 그에 대한 ‘반'으로 지금은 카리스마 있고 강한 이미지의 ‘블랙핑크', ‘에스파', ‘(여자)아이들' 같은 아이돌이 트렌드가 됐죠. 그리고 뉴진스는 이 ‘정'과 ‘반'의 장점만 취한 ‘합'이라고 볼 수 있어요.정반합은 고정된 게 아니어서 뉴진스가 언젠가는 ‘정'이 되고, 이에 대한 ‘반’이 또 등장하는 식으로 트렌드가 변화할 거예요.
민희진 대표는 자신의 업을 '그림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해요. 음악이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떠올리고, 그중에 확신이 드는 그림을 컨셉과 작업물로 만드는 거죠.의 뮤직비디오 아이디어를 떠올린 과정에 대해도 다음과 같이 말해요. "데모를 들었을 때 도입부 허밍 파트의 압도감이 엄청났어요. 하얀 눈밭 속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사슴 한 마리가 단박에 떠올랐어요."
민희진 대표는"작업을 통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각자만의 사연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해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역으로 민희진 대표의 작업물을 보면서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많은 아이돌들이 설정하고 있는 '세계관'은 없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느낌은 분명히 담겨 있죠.
민희진 대표는 세련됨은 자연스러움에 기반한다고 말해요. 그래서 뉴진스도 그 나이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완벽하고 경직돼있을 때보다 진심으로 즐거울 때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해서, 뉴진스 멤버들이 즐기며 일할 수 있게 애썼다고 해요. 그래서 팀의 지향점도 ‘숙련'보다는 ‘즐기는' 데에 두고 있죠.
민희진 대표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즐거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엔터테인먼트(오락)를 목적으로 하는 일이잖아요. 기록을 경신하거나 등수를 매기는 일이 아니죠. 민희진 대표는 즐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노력의 에너지는 분명 다르다고 믿어요.
민희진 대표의 인터뷰를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읽으니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특히 정반합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소위 ‘잘 먹히던’ 트렌드가 시간이 지나면 먹히지 않는 이유가 단번에 이해되더라고요.정반합에 따르면 ‘이게 잘 되니까 나도 이걸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게 잘 되네? 이거의 ‘반'은 뭐지? ‘합’은 뭐지?’라는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언제나 잘 되는 콘텐츠는 없으니까요.
크리에이터는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크리에이터분들 중에서도‘창작물에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Ditto의 허밍을 눈밭의 사슴으로 표현하는 민희진 대표처럼 느낌과 메시지를 공유하려는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세련됨은 자연스러움에 기반하고, 자연스러움은 즐기는 데서 나온다'는 말에서창작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처음엔 좋아서 시작하지만 점점 SNS에서의 반응이나 사람들의 피드백을 의식하고, 창작이 스트레스가 되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럴 때 민희진 대표의 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요.